하루 15분, 작은 정리 실천을 통해 공간의 혼란을 줄이고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회복하도록 돕는 실행 중심 정리 습관 프로그램입니다. 정리컨설턴트 윤선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나 부담 없이 시작하고, 꾸준히 이어갈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미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실천하고 느끼신 것을 댓글로 남겨주시고, 정리가 필요하신 분들에게 공유해 주세요. 

놓치마, 정리줄

관리자
2026-03-27
조회수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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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이런 분들을 만납니다.

"저 원래 정리 잘했거든요. 근데 언제부턴가…"

말끝을 흐리며 머쓱하게 웃으시는데, 저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꼭 여쭤봅니다.

"혹시 그즈음에 큰 일이 있으셨어요?"

그러면 거의 예외 없이 이런 대답이 돌아옵니다.

"애를 낳았어요." "이사를 했어요." "좀 아팠어요."

맞습니다. 정리가 갑자기 안 되기 시작했다면, 당신이 달라진 게 아닙니다. 상황이 달라진 겁니다.


저는 이것을 '정리줄' 이라고 부릅니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정리를 잘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 줄을 쥐고 있습니다. 물건이 어디 있는지 아는 감각, 집에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손이 움직이는 루틴, 하루의 끝에 잠깐 주변을 정돈하는 습관. 이런 것들이 실처럼 이어져 있는 게 바로 정리줄입니다.

그리고 이 줄은, 삶이 크게 흔들리는 순간 손에서 빠져나갑니다.


출산을 예로 들어볼게요.

아이가 태어나면 엄마의 하루는 완전히 다른 하루가 됩니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밥도 앉아서 먹기 힘들고,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벅찬 시간들. 그 사이에 물건은 쌓이고, 동선은 무너지고,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집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예전에 내가 어떻게 정리했는지조차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이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짐은 다 옮겼는데, 새 집에서는 어디에 뭘 둬야 할지 감이 안 잡힙니다. 일단 여기 두자, 일단 저기 두자 하다 보면 '임시 자리'가 어느새 '영구 자리'가 되어버리죠. 몸이 아프거나 힘든 시간을 보낸 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잠깐 누워 있다 일어났을 뿐인데, 집이 손쓸 수 없게 되어 있어요.

이건 나약한 게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 정리줄이 끊어지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함께 무너진다는 겁니다.

물건을 못 찾는 건 사소한 일 같지만, 매일 반복되면 하루가 자꾸 끊깁니다. 집이 어수선하면 집에 들어오는 게 무겁고,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습니다. 정리가 안 되는 날이 길어질수록 "나는 왜 이것도 못 하지"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정리줄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공간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 이상으로, 나 자신을 돌보고 있다는 감각을 유지시켜 주거든요. 집이 정돈되어 있을 때 하루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해보신 분들은 다 아실 겁니다.


그럼 끊어진 정리줄, 어떻게 다시 잡을까요?

처음부터 다시 다 할 생각은 하지 마세요. 줄이 끊어졌을 때 처음부터 새로 감으려 하면 너무 힘이 듭니다. 그냥 끊어진 끝을 찾아서, 거기서부터 조금씩 이으면 됩니다.

제일 먼저, 기대치를 낮추세요. 예전에 잘하던 나랑 지금의 나를 비교하지 마세요. 지금은 회복 중입니다. 오늘의 목표는 딱 하나, 가장 눈에 거슬리는 것 하나만 제자리에 돌려놓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다음, 15분만 써보세요. "정리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타이머를 15분으로 맞추고 시작하세요. 15분이 끝나면 멈춰도 됩니다. 신기하게도, 대부분은 15분이 지나도 멈추지 않게 됩니다. 시작이 전부거든요.

마지막으로, 이미 하고 있는 일에 붙여보세요. 밥 먹고 나면 식탁 닦기, 자기 전에 소파 위 물건 하나 치우기. 새로운 걸 하려고 하면 부담스럽지만, 이미 하는 일 뒤에 살짝 붙이는 건 훨씬 쉽습니다. 이렇게 작게 시작한 것들이 쌓여서 다시 정리줄이 됩니다.


줄이 끊어졌다고 줄을 버리는 사람은 없잖아요.

끝을 찾아서 다시 이으면 됩니다.

지금 집이 엉망처럼 느껴진다면, 그건 그만큼 바쁘게, 열심히 살아온 흔적입니다. 이제 괜찮습니다.

정리줄, 다시 잡아도 됩니다. 천천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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